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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RITING/그냥 이런저런 ]감정 자살2024-10-16 20:09:08눈물은 티내면 안 돼요. 눈물이 맺혀도 흘리면 안 돼요. 감정은 숨기는 거에요. 솔직하자고 했는데, 감정은 숨기래요. 생각을 멈춰요. 어떻게서든 생각을 멈춰야 해요. 그래야지 눈물이 안 흘러요. 모든 걸 세상의 이치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재빨리 넘겨요. 그래야지 눈물을 멈출 수 있어요. 울음은 약점이 되는 거에요. 소문을 낳고, 소문은 씨앗같이 무럭무럭 자라나요. 가지가 달리고, 잎이 달려요. 낙엽이 되어 떨어져도, 따뜻해지는 어느 날 다시 새로운 잎이 달려요. 그래서 우리는 아니 나는 울면 안 돼요. 마음을 가다듬고 세수를 해요. 이제 외출이에요
- [ WRITING/그냥 이런저런 ]어른의 농도2024-10-08 01:21:24처음에는 우리 모두 투명한 색의 아이 었어요. 여러 물방울이 우리에게 떨어지고, 점점 혼탁해지기 시작했죠. 그게 아마 어린이집을 다닐 때부터였던 것 같아요. 그땐 색이 같은 친구들이 한 명도 없었어요. 근데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비슷해지기 시작했어요. 여러 색이 섞이더니 검은색이 되어버린 것이었죠. 근데, 명도는 확실하게 달랐어요. 비슷한 사람이 있어도 절대 같은 사람은 없었죠. 이건 지금도 그래요. 가끔 가다 아직 밝은 채도를 유지하는 사람이 있는데, 거슬릴 뿐이었어요. 그런데 어느 날이었어요. 화려한 색채를 띈 물방울이 거무룩한 나의 물방울을 바꾸었어요. 그 물방울을 가진 사람이 어쩐지 계속 눈에 밟혔고, 우리는 서로에게 서로를 나눠주기 시작했어요. 나의 혼탁함이 지워지고 있을 때, 그 이의 혼탁함은..
- [ WRITING/그냥 이런저런 ]실의 일생2024-10-04 23:14:28단단한 두 실이 만나 한없이 엉키고 설켜 하나가 됩니다. 하지만 엉킨 줄의 행복은 오래가지 못합니다. 다행히 실이 굵어 한 가닥 한 가닥 풀어나가기 시작했고, 다 풀기까지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마주 보며 평행선을 이뤄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고, 꽤 오랜 기간 아니 영원히 평행이 유지될 줄 알았습니다. 여러 군데 부딪히며 가늘어진 실은 서로에게 기대고 싶어하는 마음이 점점 커졌습니다. 마침내, 아니 결국 그들은 다시 엉키게 되었습니다. 이번 엉킴이 잘못된 엉킴임을 아는 데 불과 1초도 안 걸렸고, 어째서인지 서로 바라만 보기 시작했습니다. 한 실은 철사같이 단단해졌고, 나머지 한 실은 점점 가늘기 시작했습니다. 철사를 뒤로하고, 가늘어진 실이 손쉽게 엉킨 곳을 빠져나왔습니다. 함께 풀지 않았기에 ..
- [ WRITING/그냥 이런저런 ]적월2024-09-12 02:58:52붉은 달이 떠오른다. 한순간에 밤하늘은 피로 물들었다. 약간의 비와 섞여 비린내는 증폭되어 구역질을 만든다. 마신 술과 안주를 게워낸다. 정상화된 위장과 달리 목구녕은 타들어간다. 무얼 그리 먹은 것일까. 멀쩡하던 위는 무엇 때문인가. 감당 못할 용량에 하다못해 눈과 귀로도 나온다. 시뻘게진 눈으로 컴퓨터를 켜고, 이 글을 써내린다. 비뚤어진 빛의 방향은 볼록렌즈에 굴절되어 나의 살에 파묻힌다. 타들어가는 살을 뒤로하고 개운하고 싶어 세수를 하기 시작한다. 수도꼭지가 흘리는 물이 핏방울인지 분간이 되지 않는다. 습하기에 나는 비린내인가. 사실 그것은 아닌 것 같다. 어제 아침까지만해도 하얗던 수건은 붉게 물들었다.적월이 개안한 날에는 모든 것이 붉게 물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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