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RACEN's Blog
  • 어른의 농도
    2024년 10월 08일 01시 21분 24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RACENI

    처음에는 우리 모두 투명한 색의 아이 었어요. 여러 물방울이 우리에게 떨어지고, 점점 혼탁해지기 시작했죠. 그게 아마 어린이집을 다닐 때부터였던 것 같아요. 그땐 색이 같은 친구들이 한 명도 없었어요. 근데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비슷해지기 시작했어요. 여러 색이 섞이더니 검은색이 되어버린 것이었죠. 근데, 명도는 확실하게 달랐어요. 비슷한 사람이 있어도 절대 같은 사람은 없었죠. 이건 지금도 그래요. 가끔 가다 아직 밝은 채도를 유지하는 사람이 있는데, 거슬릴 뿐이었어요. 그런데 어느 날이었어요. 화려한 색채를 띈 물방울이 거무룩한 나의 물방울을 바꾸었어요. 그 물방울을 가진 사람이 어쩐지 계속 눈에 밟혔고, 우리는 서로에게 서로를 나눠주기 시작했어요. 나의 혼탁함이 지워지고 있을 때, 그 이의 혼탁함은 증가하고 있었어요. 아직까지 알지 못했어요. 혼탁함의 이유가 '나' 때문이라는 것을요. 만날 때마다 거무룩해지는 물방울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언짢았어요. 그럴 때마다 우리는 조금씩 서로를 미뤄냈고, 그때마다 돌아오는 채도를 보면 다시 끌어당기고를 반복했죠. 감당하기 어려운 채도의 변화에 서있었고, 희석이 되지 않은 물방울을 잘못 떨어뜨렸어요. 결국 우리의 물방울은 어두워지고 말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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