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RACEN's Blog
  • 적월
    2024년 09월 12일 02시 58분 52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RACENI

    붉은 달이 떠오른다. 한순간에 밤하늘은 피로 물들었다. 약간의 비와 섞여 비린내는 증폭되어 구역질을 만든다. 마신 술과 안주를 게워낸다. 정상화된 위장과 달리 목구녕은 타들어간다. 무얼 그리 먹은 것일까. 멀쩡하던 위는 무엇 때문인가. 감당 못할 용량에 하다못해 눈과 귀로도 나온다. 시뻘게진 눈으로 컴퓨터를 켜고, 이 글을 써내린다. 비뚤어진 빛의 방향은 볼록렌즈에 굴절되어 나의 살에 파묻힌다. 타들어가는 살을 뒤로하고 개운하고 싶어 세수를 하기 시작한다. 수도꼭지가 흘리는 물이 핏방울인지 분간이 되지 않는다. 습하기에 나는 비린내인가. 사실 그것은 아닌 것 같다. 어제 아침까지만해도 하얗던 수건은 붉게 물들었다.

    적월이 개안한 날에는 모든 것이 붉게 물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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