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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ING/씀151

[씀:시] 경험살인 제 노트에는 버킷리스트가 있어요 나름 단계별로 정리해 놓았어요 쉬운 것부터 천천히... 심연 속으로 점점 들어가요 어느새 마지막 체크만 남았어요 흙비린내와 만년필의 잉크향이 공존하는 노트에 마지막 버킷리스트 수행일을 남겨요 따사로운 햇살이 내리쬐는 여름에 뜨겁게 달궈진 낫을 가져와요 달빛까지 함께한 당신과 붉은 밤을 함께 해요 오늘 그대 영면의 날이에요 2023. 6. 2.
[씀:시] 사람 소멸이 두렵다 심연의 길에 다가선다 역행의 준비가 만류된다 흐르는 대로 주름이 진다 눈물을 현실로 삼킨다 평온하게 필멸한다 2023. 4. 8.
[씀:시] 기억의 빙하 바다로 흘러들어 간 기억이 서로가 부딪혀 빙하가 되었다 별다른 이유 없이 문뜩 기억의 빙하가 녹아내린다 다시 바다로 흘러드는 기억은 제자리를 찾는 듯이 내게 흡수된다 수많은 바닷물을 품은 채 빙하의 기억은 없고 따뜻할 뿐이다 흘러내릴수록 뜨거워지는 바닷물은 목에서는 소금결정만이 허옇게... 바다 수심이 낮아졌다 빙하가 사라졌다 기억은... 2023. 1. 13.
[씀:시] 첫사랑 이름도 모를 그녀가 차올랐다 얼핏 들은 목소리는 투명했고, 빛이 되어 날아들었다 커피잔 속 우연히 그녀가 날아왔다 그녀가 점점 뚜렷이 수정체를 투과하여 망막에 꽂힌다 어둠을 깬 지 얼마 되지 않아, 마비된 시력 속에 청각이 집중된다 그녀의 한마디... 한마디... 얼어버린 입가엔 미소만 띤다 달이 져도 눈은 감기지 않는다 시럽조차 넣지 않은 아메리카노가 너무 달았던 탓인가... 2022. 10.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