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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ING/씀151

[씀:시] 유성 생각보다 큰 티끌이 궤도에 들어찼다 서서히 불을 밝히며 천천히 떨어진다 대기 중에 소멸하지 못한 티끌은 단단한 땅에 박혔다 운석이었던 것이다 2020. 9. 23.
[씀:시] 작고 단 한 번의 용기만으로 나를 평온케 한다면 기꺼이 하겠노라 한낱 원자의 진동의 집합이 나를 나만의 것이 아니게 했다 이제는 들리는 그곳에서의 속삭임은 내 용기를 처참히 짓밟아버린다 아무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옷소매를 적시고 충혈된 눈으로 웃음과 함께 등장한다 모두가 보이는 곳에선 광대짓을 하고 감정을 천천히 살해한다 점점 커가는 이명은 달과 해를 공존케 한다 열대성 저기압의 생성과 소멸은 더욱 나를 고립시킨다 용기가 생기기 시작한다 2020. 9. 22.
[씀:시] 면접 나름의 단정한 옷으로 차려입고 평소엔 빗지도 않는 머리를 빗고 땅이 느껴지는 단화를 신고 거릴 나선다 꼿꼿이 앉아있는 서류 합격자들은 하나같이 입꼬리만 올라가 있다 특유의 색이 담긴 철제의 문을 열고 서류 합격자의 모습을 유지한다 물음표 따윈 찾아볼 수 없는 질문에서 답을 찾아내고 물음표로 대답해야 한다 아무래도 좋을 답을 신경 쓰지 않은 결과는 물음표조차 보낼 수 없게 되었다 면접은 끝났지만 나는 면접장을 떠나지 못한다 2020. 9. 20.
[씀:시] 파훼의 문법 죽어도 만나기 싫어했던 나의 뇌세포들이 서로 결합을 시작한다 네트워크를 형성해가는 그들은 나를 제압하고, 쟁취했다 순식간에 벌어진 피동의 시작은 내 발자취를 지워나갔고 나를 옭아맨 사동의 핍박은 내 자립을 거부했다 2020. 9.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