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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씀:시] 청년기 실수
    2024년 12월 30일 03시 47분 32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RACENI

    청년기 실수


    자로 손톱의 폭을 재봐요
    가장 짧은 손톱부터 하나씩 뽑아요

    다음에는 마디별로 잘라내요
    손가락없는 손이 완성되었을때 비로소 손을 도려내요

    다음은 발톱차례에요
    이번엔 가장 폭이 넓은 것부터 해봐요
    반응이 사라졌을때는 기다려요
    심장이 멈추지 않도록 도와주고 찬물을 끼얹어요

    손과 발이 사라진 모습은 아름다워요
    이제 다음을 고민해봐요

    시끄러운 혓바닥을 먼저 뽑아보기로 해요
    생각보다 많이 흘리는 피에 당황했지만 적절히 지혈을 성공했어요

    이제야 비로소 눈빛으로 몸으로 말하기 시작해요
    보석보다 빛나고 애처로운 눈빛을 봐요
    시작을 혀로 할껄... 약간은 후회가 돼요

    막상 보고픈 눈을 보니 흥미가 떨어져요
    조금 더 속도를 내기 시작했어요

    순식간에 팔 두 쪽을 모두 떼어내요
    지혈대를 쓸 수 있는 공간은 남겨둔 채로 말이죠

    쇼크는 막아야 하기에 바로 다리로 가지 않아요
    바리깡을 들고 머리를 밀어줘요
    가만히 기다리면 시간이 더디게 가거든요

    귀엽게 남은 두 다리로 발버둥을 열심히 쳐요
    진짜 고통을 느끼는 건지, 살고싶다는 욕망인지 모르겠어요

    무릎이하만 떼어내봐요
    팔다리가 아예 다 없으면 보기 흉하니까요
    그정도로 잔혹한 것은 싫어요

    의식이 있음에 너무 고마워요
    태어나서 처음 보는 공허한 눈이랑 인사해요

    전문가의 도움으로 두개골을 열어요
    미리 준비한 딱딱이로 뇌에 전기를 보내봐요
    팔다리 떼기 전에 했어야했는데, 재밌는 반응은 없어요

    몸을 묶어놓은 밧줄을 풀어줘요
    몸에 튀긴 피를 조심히 닦아내줘요

    이제 흥미가 떨어졌어요
    준비해놓은 소각장으로 옮겨요

    옮기고 보니 뭔가 아쉬워요
    마지막으로 나무젓가락 한 쌍을 뇌 깊숙이 집어넣어요
    그리고 따뜻한 불속으로 옮겨줘요

    밥으로 마당을 지키고 있던 개를 잡아먹고 한숨 자요
    깔끔하게 남은 재를 챙기고 청소팀을 불러요

    수년이 지나도 아무도 잡으러 오지 않아요
    공소시효도 이미 끝났어요
    무능한 국가는 떠나야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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