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명록
- 도로의 밤2024년 08월 18일 04시 50분 28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RACENI
언제부턴가 쏟아지는 어둠을 만끽 할 수 없는 세상이 되었다. 노란 가로등조차 눈으로 볼 수 없는 하얀 LED 조명으로 변했다. 여러 개의 태양이 있는 그곳은 곤충들의 낙원이다. 과연 그것이 사마귀가 보이지않고, 짜증났던 매미의 울음소리가 그리워진 까닭일까. 가로등아래서 수많은 귀뚜라미를 마주했다. 군대 있을 때 훈련이 끝나고, 생활관으로 복귀하면 꼭 누군가의 군장에 있는 귀뚜라미의 울음소리와 사투했던, 끝끝내 찾아내지 못했던... 그 귀뚜라미들이 고작 가로등 하나에 모습을 드러냈다. 빛을 찾아 떠나는 게 나를 태워버리는 것은 아닐까. 누군가 세워둔 가로등이 아닌, 두렵지만 궁긍한 어둠속으로 발길을 하는 것은 어떨까. 좋아하는 드라마에 이런 대사가 있다. "꽃길도 사실 비포장도로야." 떼로 선택의 갈림길에서 가로등이 켜진 길보단, 낮과 밤이 있는 길을 선택하는 것은 어떨까. 밤이 두려운 곳이면 우리가 세워보자, 가로등을. 벌레에 쏘이고, 나무에 긁히면 또한 어떠한가. 안전 속에서는 찾을 수 없는 의미, 가치를 찾을 수 있지 않겠는가.
무섭고, 두려운 길을 택하자. 누구도 가보지 못한 길을 걸어보자. 죽기전에 나만의 가로등 하나는 세상에 남겨야 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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