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고초려2024년 09월 02일 03시 22분 02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RACENI
수많은 별이 떨어지는 밤이다. 의식적으로 고개를 들어 별을 보고 있다. 이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자연히 고개는 땅으로 떨어진다. 서로의 시간이 다르게 흘러가고 있다는 게 납득하기 어려운 사실인 것 같다. 시간, 물, 노래... 흘러가는 모든 것이 야속하기만 하다. 다시 퍼 올려도 처음의 흐름을 가질 수 없다는 것도.
고차원적 사고가 가능한 생물로 태어난 것이 때로는 너무 괴롭다. 학습에의해 본능을 본능에의해 절제하고 있는 '나'를 보고 있으면 개탄스럽다. 개개인 마다의 절제는 법으로서 다스리지만, 우리 인류는 무엇보다 힘에 의해 지배되고 있다. 생각을 혐오하는 밤을 지새면서도 무한한 생각을 해야만 하는 내가 너무 힘들다. 3명 정도의 사람, 아니 생각만 하니까 사고체라고 해야 되나... 하여튼 사고체가 존재한다. 다행히 다중인격은 아닌 것 같다. 사고체들은 항상 시끄럽다. 매일 밤 눈을 감고, 자는 게 기적이라고 생각한다.
남이 보기에 누구보다 가벼워지고 싶은 나의 마음은 이제 어느정도 완성된 것 같다. 행성에 못 이겨 빛이 보이지 않는 항성은 이제 자기 자신에게도 행성이라고 세뇌하기 시작했다. 가까이만 가도 타들어가기 일쑤였던 나의 빛은 시기를 알 수 없이 저물어갔다.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 행성이지만 무엇보다 나의 빛이 보고싶다. 항성은 단 한순간도 자신의 존재를 잊은 적이 없었다. 그런데 어째서 이제는 행성이 되었는지... 겉표면에는 바다가 생겼다가 사라지길 반복하고 있다. 표면을 갉아줄 무언가를 찾아 다니지만 그 과정에 행성은 더욱 두터워질뿐이다. 한번은 아니 세번정도인가 성공했다고 착각했을 때가 있었다. 그래도 세 개의 별은 볼때마다 빛나고 있는 것 같다. 보지 않았으면 좋을 현실을 너무 어릴 때 마주한 것이 그 탓일까. 너무 많은 별을 스쳐지나 간 것이 그 탓일까. 수 많은 행성들은 도망치는 빛을 잡으려고 노력을 했고, 그 결과 원하는 빛을 잡는 수준까지는 도달했다. 다만, 이미 도망간 빛을 되찾는 방법은 아무도 모른다. 나는 찾아가서 묻고 싶다. 그 빛들과 수많은 얘기를 하고 싶다. 놓쳤던 모든 것에 관하여, 내 빛이 소멸하더라도. 회광반조라는 말이 나는 너무 좋다. 마지막에 모든 것을 태워버리고, 어두워지는 별과 같다. 아무도 막지 못하는 빛을 발산하고, 잔잔한 별이 될 지도, 모든 것을 집어 삼키는 별이 될 지도. 우리는 어떤 빛을 가지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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