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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RITING/씀 ][씀:시]방2018-10-10 23:04:11두려울 때마다 피하던 피난처 같았던 나의 방이 있었다 무수히 많은 별들이랑 마주하고 햇빛보다 따스한 달빛이 넘나드는 나의 방이 있었다 어둠이 달빛을 머금고 피난처까지 습격당한 그 날에 나의 방은 무언의 압박에 시달리고 있었다 머지않은 곳에서 메아리처럼 울려대는 그 소리 내면의 소리인가 귀 기울여도 나로서는 알 리가 없었던 그 소리 두려울 때마다 피하던 안식처 같았던 나의 방이 사라졌다
- [ WRITING/씀 ][씀:시]볼펜2018-10-02 01:36:24가녀린 볼펜 한 자루에 나의 온 힘을 쏟아붓는다 나의 끄적임을 따라 볼펜의 눈물은 산책을 한다 볼펜이 제 명을 다할 때까지 그의 눈물은 멈추지 않고 흘렀다 나의 끄적임이 고조될수록 그의 눈물은 더욱더 거세져만 갔다 무차별적인 휘갈김에 머리가 손상된 그는 눈물이 한참이나 남았음에도 울지 못하고 그렇게 그렇게 떠나갔다
- [ WRITING/씀 ][씀:시]새벽 1시2018-09-30 22:30:57교통을 정리해주는 신호등도 꺼진 새벽 1시에 비로소 외출을 한다 아무도 없이 가로등만 내리쬐는 노란빛이 가득한 거리를 거닐고 있다 언제부턴가 남에게 나를 들키는 게 싫어 가면 쓰고 세상을 마주하고 가면 벗고 새벽을 맞이한다 시간이 흘러, 자신감이 생겨 세상을 맞이하고 싶어 가면을 벗었지만 이내 화상을 입고 가면을 다시 쓴다 시간은 새벽 1시이다
- [ WRITING/씀 ][씀:시]역설2018-09-28 00:57:21하늘이 사람을 무서워한다 손바닥으로도 가려지지 않는 하늘이 한낱 쓸모없는 인간을 무서워한다 그들이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시늉을 하면 하늘은 기다렸단 듯이 못 본 체를 한다 이제는 손바닥이 커져 하늘의 무게보다 커져 세상을 짓누르고 있다 과거 성현들의 말씀이 하나 둘 뭉개지고 있다 그들은 철인을 무서워한다 철인은 하늘을 무서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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