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 [ WRITING/그냥 이런저런 ]적월2024-09-12 02:58:52붉은 달이 떠오른다. 한순간에 밤하늘은 피로 물들었다. 약간의 비와 섞여 비린내는 증폭되어 구역질을 만든다. 마신 술과 안주를 게워낸다. 정상화된 위장과 달리 목구녕은 타들어간다. 무얼 그리 먹은 것일까. 멀쩡하던 위는 무엇 때문인가. 감당 못할 용량에 하다못해 눈과 귀로도 나온다. 시뻘게진 눈으로 컴퓨터를 켜고, 이 글을 써내린다. 비뚤어진 빛의 방향은 볼록렌즈에 굴절되어 나의 살에 파묻힌다. 타들어가는 살을 뒤로하고 개운하고 싶어 세수를 하기 시작한다. 수도꼭지가 흘리는 물이 핏방울인지 분간이 되지 않는다. 습하기에 나는 비린내인가. 사실 그것은 아닌 것 같다. 어제 아침까지만해도 하얗던 수건은 붉게 물들었다.적월이 개안한 날에는 모든 것이 붉게 물든다.
- [ WRITING/그냥 이런저런 ]삼고초려2024-09-02 03:22:02수많은 별이 떨어지는 밤이다. 의식적으로 고개를 들어 별을 보고 있다. 이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자연히 고개는 땅으로 떨어진다. 서로의 시간이 다르게 흘러가고 있다는 게 납득하기 어려운 사실인 것 같다. 시간, 물, 노래... 흘러가는 모든 것이 야속하기만 하다. 다시 퍼 올려도 처음의 흐름을 가질 수 없다는 것도.고차원적 사고가 가능한 생물로 태어난 것이 때로는 너무 괴롭다. 학습에의해 본능을 본능에의해 절제하고 있는 '나'를 보고 있으면 개탄스럽다. 개개인 마다의 절제는 법으로서 다스리지만, 우리 인류는 무엇보다 힘에 의해 지배되고 있다. 생각을 혐오하는 밤을 지새면서도 무한한 생각을 해야만 하는 내가 너무 힘들다. 3명 정도의 사람, 아니 생각만 하니까 사고체라고 해야 되나... 하여튼 사고체..
- [ WRITING/그냥 이런저런 ]도로의 밤2024-08-18 04:50:28언제부턴가 쏟아지는 어둠을 만끽 할 수 없는 세상이 되었다. 노란 가로등조차 눈으로 볼 수 없는 하얀 LED 조명으로 변했다. 여러 개의 태양이 있는 그곳은 곤충들의 낙원이다. 과연 그것이 사마귀가 보이지않고, 짜증났던 매미의 울음소리가 그리워진 까닭일까. 가로등아래서 수많은 귀뚜라미를 마주했다. 군대 있을 때 훈련이 끝나고, 생활관으로 복귀하면 꼭 누군가의 군장에 있는 귀뚜라미의 울음소리와 사투했던, 끝끝내 찾아내지 못했던... 그 귀뚜라미들이 고작 가로등 하나에 모습을 드러냈다. 빛을 찾아 떠나는 게 나를 태워버리는 것은 아닐까. 누군가 세워둔 가로등이 아닌, 두렵지만 궁긍한 어둠속으로 발길을 하는 것은 어떨까. 좋아하는 드라마에 이런 대사가 있다. "꽃길도 사실 비포장도로야." 떼로 선택의 갈림길에..
- [ WRITING/그냥 이런저런 ]삶의 추상화2024-08-07 20:35:30내뱉지 않는 말이 많아졌다. 눈물조차, 감정조차 그 모든 것이 말이란 것을 깨달았다. 순간의 공기를 변화시키는 것 또한 '말'이다. 변함에 뚜렷한 이유가 없다. 어느새부터 변해있을 뿐이다. 숨을 길게 가져가는 예전의 문장 방식도 변한지 오래다. 경험의 축적앞에 변화는 필연적이라 생각했던 나는 무언가 켕긴다. 그러다 어느날 모든 걸 토해내면, 두려움만 남는다. 아무도 모르는 깊은 동굴에 감정을 버리려고 노력한다. 그래도 솔직함을 버린 적은 없다. 생각을 억제하는 방법을 깨우치니 달리면서 풍경을 보는 방법이 잊혀졌다. 여유의 줄어듦이 느껴질때쯤은 이미 늦은 후였다. 살고싶다. 죽고자하는 말은 아니다. 살아있다는 것을 느끼고 싶다. 고등학생때 점점 죽어갔다. 나의 첫 사망 선고일은 2020년 어느 날이었다. ..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