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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RITING/그냥 이런저런 ]반복의 역사2024-10-25 07:39:47거의 다 찾은 것 같아요. 잃어버린 '나'의 모습이 다시 보이고 있어요. 소멸의 시간이 멈추고 재생의 시간이 도래했어요. 시체인 줄 알았던 그것이 사실은 살아있었어요. 삶에 여유가 없었어요. 첫번째 실패인 입시를 가지고 들어온 대학에서는 끊임없는 평가만이 기다렸어요. 실패의 결과에서 최고가 되지 않는 것은 상상할 수 없었어요. 웃으면서 악랄하게, 그리고 비겁하게 최고를 향해 달렸어요. 지나가는 풍경을 볼 수도, 떨어지는 낙엽을 줍지도 못했죠. 익숙함은 날카로이 달려들어 육신을 촌열했어요.성인이 되고 처음으로 포기를 했어요. 처음에는 싱숭생숭했어요. 어째서인지 불안감도 있었죠. 다시금 생각해보니 분열감이었을 수도 있겠어요. 기대가 사라졌어요. 또 오랜만에 이야기를 했어요. 계산이 하나도 없는 대화 말이에요..
- [ WRITING/그냥 이런저런 ]사필귀정 (1)2024-10-22 04:14:00포기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목에 맺힌다. 순식간에 뇌로 올라간 고통은 찰나가 아닌 영원으로써 잔존한다. 이젠 열심히 살아온 날들을 부정하기 시작했다. "열심히"를 부정하니 한껏 편해지는 기분이 든다. 결과에 맞추어지는 과정이 잔인하다. 사실 인정하기 싫다. 나의 노력이 숫자로 귀결됨이, 그것을 이겨내기가, 다시 시작하기가 두렵다. 너무 무거워진 게 그 탓일까. 다시 일어나는 방법을 알면서도 함부로 일어설 수 없다. 그렇게 누워있길 며칠째... 시간이란 에스컬레이터가 나를 동굴로 인도했다. 세상에 빛은 점점 소멸하기 시작했고, 마침내 어둠이 공간을 삼켰다.
- [ WRITING/그냥 이런저런 ]감정 자살2024-10-16 20:09:08눈물은 티내면 안 돼요. 눈물이 맺혀도 흘리면 안 돼요. 감정은 숨기는 거에요. 솔직하자고 했는데, 감정은 숨기래요. 생각을 멈춰요. 어떻게서든 생각을 멈춰야 해요. 그래야지 눈물이 안 흘러요. 모든 걸 세상의 이치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재빨리 넘겨요. 그래야지 눈물을 멈출 수 있어요. 울음은 약점이 되는 거에요. 소문을 낳고, 소문은 씨앗같이 무럭무럭 자라나요. 가지가 달리고, 잎이 달려요. 낙엽이 되어 떨어져도, 따뜻해지는 어느 날 다시 새로운 잎이 달려요. 그래서 우리는 아니 나는 울면 안 돼요. 마음을 가다듬고 세수를 해요. 이제 외출이에요
- [ WRITING/그냥 이런저런 ]어른의 농도2024-10-08 01:21:24처음에는 우리 모두 투명한 색의 아이 었어요. 여러 물방울이 우리에게 떨어지고, 점점 혼탁해지기 시작했죠. 그게 아마 어린이집을 다닐 때부터였던 것 같아요. 그땐 색이 같은 친구들이 한 명도 없었어요. 근데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비슷해지기 시작했어요. 여러 색이 섞이더니 검은색이 되어버린 것이었죠. 근데, 명도는 확실하게 달랐어요. 비슷한 사람이 있어도 절대 같은 사람은 없었죠. 이건 지금도 그래요. 가끔 가다 아직 밝은 채도를 유지하는 사람이 있는데, 거슬릴 뿐이었어요. 그런데 어느 날이었어요. 화려한 색채를 띈 물방울이 거무룩한 나의 물방울을 바꾸었어요. 그 물방울을 가진 사람이 어쩐지 계속 눈에 밟혔고, 우리는 서로에게 서로를 나눠주기 시작했어요. 나의 혼탁함이 지워지고 있을 때, 그 이의 혼탁함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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