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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명록
- 失의 깨달음2024년 11월 13일 01시 13분 56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RACENI
천천히 그리고 멀리에서 바라봐야지 보이는 것이 있습니다. 끝이 어딘지도 모르는 그 길을 누구보다 열심히 달렸습니다. 수많은 별을 놓친 채 그저 달렸습니다. 주변에게도 얘기했습니다. 달리기는 걷는 순간 뒤쳐지고, 다시 뛰려면 죽도록 힘들다고... 저는 제 속도에 못 이겨 넘어졌습니다. 넘어질 것 같이 달린다는 친구의 조언에도 그 자세가 오히려 더 빠른 속도를 낼 수 있다고 착각했습니다. 연골이 사라졌습니다. 이어폰을 빼니 무릎뼈들의 마찰 소리가 온몸을 울립니다. 그렇게 걷는 것조차 포기하고, 기도를 막아버렸습니다. 숨을 쉬라는 온몸의 경고신호가 내겐 그저 살아있음을 느끼는 수단이 되어버렸습니다.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났는지 모르겠지만, 무릎의 연골이 재생한 듯합니다. 주저앉음의 시간을 망각한 채 뛰기 위해 다시 준비 중입니다. 그러다 뒤에서 나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립니다. 천천히 날카롭게 걸어오고 있는 친구들이 보입니다. 자세를 헝클이고, 그들의 손을 잡아봅니다. 그들 어깨너머의 풍경을 바라봅니다. 어째서인지 그들이 나를 안아줍니다. 힘겹게 말을 해보고, 그들과 나란히 걷기 시작했습니다.
기다림이 관계의 깊이를 대변합니다. 소비된 시간이 마음의 크기를 증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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