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 [ WRITING/씀 ][씀:시]볼펜2018-10-02 01:36:24가녀린 볼펜 한 자루에 나의 온 힘을 쏟아붓는다 나의 끄적임을 따라 볼펜의 눈물은 산책을 한다 볼펜이 제 명을 다할 때까지 그의 눈물은 멈추지 않고 흘렀다 나의 끄적임이 고조될수록 그의 눈물은 더욱더 거세져만 갔다 무차별적인 휘갈김에 머리가 손상된 그는 눈물이 한참이나 남았음에도 울지 못하고 그렇게 그렇게 떠나갔다
- [ WRITING/씀 ][씀:시]새벽 1시2018-09-30 22:30:57교통을 정리해주는 신호등도 꺼진 새벽 1시에 비로소 외출을 한다 아무도 없이 가로등만 내리쬐는 노란빛이 가득한 거리를 거닐고 있다 언제부턴가 남에게 나를 들키는 게 싫어 가면 쓰고 세상을 마주하고 가면 벗고 새벽을 맞이한다 시간이 흘러, 자신감이 생겨 세상을 맞이하고 싶어 가면을 벗었지만 이내 화상을 입고 가면을 다시 쓴다 시간은 새벽 1시이다
- [ WRITING/씀 ][씀:시]역설2018-09-28 00:57:21하늘이 사람을 무서워한다 손바닥으로도 가려지지 않는 하늘이 한낱 쓸모없는 인간을 무서워한다 그들이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시늉을 하면 하늘은 기다렸단 듯이 못 본 체를 한다 이제는 손바닥이 커져 하늘의 무게보다 커져 세상을 짓누르고 있다 과거 성현들의 말씀이 하나 둘 뭉개지고 있다 그들은 철인을 무서워한다 철인은 하늘을 무서워한다
- [ WRITING/씀 ][씀:시]달빛2018-09-19 23:55:01노란빛 어딘가 보이는 빨간빛 칠흑 같은 어둠을 서성이며 은은하게 밝혀줍니다 아직 빛을 다하지 못하는 여린 노란빛이 절대적 속도로 달립니다 내가 밝히듯이 그들도 밝힙니다 별이 밝히듯이 달도 밝힙니다 우리가 밝히듯이 세상도 밝힙니다 객체 없는 모든 말에는 노란색 달빛만이 떠다닐 뿐입니다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