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첫눈 그리고 시작2024년 11월 29일 02시 56분 19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RACENI
어중간함은 싫지만, 은은함은 좋습니다. 올해의 첫눈이 내린 날(벌써 이틀 전..)입니다. 많이 쌓인 곳은 정강이까지 쌓여 그냥 발을 끌며 눈을 치우면서 다녔습니다. 가능하면 그 어떤 누구도 마주치고 싶지 않아 나만의 길로 떠났습니다. 이번 여정의 종착역은 눈침대입니다. 진짜 우연히 학교 후배들을 만났는데, 생각보다 썩 나쁘지 않은 게 아니라 좋았습니다. 아니 어제인가 며칠 전에도 노래방 가려고 계단을 오르는데, 과친구들이 내려오고 있어서 신기했는데, 요즘따라 이런 우연이 좀 많이 생기는 느낌입니다. 하여튼 종착역까지 내려가는 길에 마주쳐가지고, 나무 흔들흔들도 했습니다. 그냥 이런저런 얘기를 마치고, 다시 종착역을 향해 내려갔습니다. 다 내려가고 우측으로 틀어 걸어가다 보면 발자국도 없는 한적한 곳이 나옵니다. 발목보다 조금 높이 쌓인 눈 위에 온몸을 맡겨 봅니다. 그렇게 하늘을 보고 있으면 온몸에 눈이 쌓이고 있는 게 느껴집니다. 무언가 자연에 파묻혀 하나가 된 느낌은 이루 설명할 수 없습니다. 눈을 못 이겨 눈을 감으면 얼굴에 눈이 떨어지고 녹고, 쌓이는 느낌을 느낄 수 있습니다. 성인이 되기 전까지만 해도 첫눈이면 열심히 놀았던 때가 생각납니다. 요즘은 뭐가 그리 바빠서 이러지 못했던 것인지.. 아쉬울 따름입니다. 이제 다시 제 나름의 낭만을 찾고 다니고 있습니다. 비록 사소한 것들이지만, 내게는 엄청 커다란 마음의 안식처입니다. 새빨간 하늘을 보는 것도, 달의 채워짐과 비워짐을 보는 것도, 하얀 가로등 아래 더욱 하얀 눈을 보는 것도. 이제껏 절제해 온 감정들도 다시금 살아나고 있습니다.
차가워진 바람은 겨울이라 소리치지만 제 마음에 다시금 봄이 찾아왔습니다. 춥지만 따뜻한 그 계절부터 다시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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