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RACEN's Blog
  • 학습의 이면
    2024년 12월 04일 19시 44분 50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RACENI

    학습은 충분한 회의감을 동반한다.

     

    도서관에서 집으로 와 이미 빠싹 말라버린 널린 빨래를 개고, 겨울이라 마르지 않은 수건 속에서 축축해진 빨랫감을 세탁기에 넣는다. 의도치 않은 간헐적 단식에 배가 저려온다. 방향만 남은 벡터는 더이상의 의미가 존재하지 않는다. 어두컴컴한 노란빛의 실눈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이 내게 속삭인다. "공간의 단편의 연속을 받아들여라." 빨래를 널고, 밥을 먹은 후면 그 눈에 새로운 물방울이 있을까. 내게 와 있는 문자에는 쉽사리 손이 가지 않지만, 내가 보낸 문자에는 일터로 나간 주인 기다리는 개마냥 오합지졸 답장을 기다리는 것은 또 무슨 심보인건가. 이제는 무의식적으로 웃음을 지어내는 경지에 이른 소감은 씁쓸하다. 단지 그 뿐이다. 대화없이 남들의 표정을 보고 따라하는 것을 자각하는 순간마다 관계의 상실을 느낀다. 이 때문인가. 사람 많은 곳을 본능적으로 회피하고 있다. 때마침 내려진 계엄령도 취소된 동아리도 하늘이 나의 고독을 응원하는 것같다. 진짜 새로운 곳으로 떠나고 싶다. 워킹홀리데이. 영어를 공부하고 싶다는 핑계로 새로움을 찾아 떠날 것이다.

     

    설렘은 초과된 고독함으로 비롯되고, 설렘의 상실은 새로움을 찾는 계기가 된다.

     

    충분한 학습은 회의감을 증폭시킨다.

    'WRITING > 그냥 이런저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정로(正路)  (0) 2025.01.17
    기다림  (0) 2025.01.09
    첫눈 그리고 시작  (0) 2024.11.29
    헛소리  (1) 2024.11.25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