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RACEN's Blog
  • 포근하게 감싸주는 공기와 비릿한 비료의 냄새가 나를 깨워요
    2025년 04월 21일 18시 36분 24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RACENI

    이틀 전만 해도 내리던 비가 아무렇지 않게 그치고 갑자기 시작된 화창한 날이다. 비에 씻겨서 인건가 미세먼지조차 없다. 평소에는 블러를 입힌 듯 어딘가 왜곡되어 들어오던 빛이 말끔히 망막에 맺힌다. 이를 알아차릴 쯤에 코에서는 비릿한 비료의 냄새가 들어온다. 할머니 댁을 갈 때마다 맡았던 그 향은 아무리 세월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다. 모두가 상경하여 시간에 쫓기는 삶을 사는 와중에도 비료의 냄새만은 그대로이다. 이 때문이다. 결코 날씨만 좋아서는 아니다. 오늘, 완벽한 추억이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저녁에 글을 쓰는 것이 얼마 만인지 기억도 채 나지 않는다. 이런 기분으로 글을 쓰는 것조차도 말이다. 과거에 갇힌 것처럼 보이지만, 오늘만은 괜찮다. 게임 하나만 틀어도 팬 소리에 시끄러운 노트북을 들고, 할머니 댁에 가서조차 게임을 하던 때가 가끔은 그립다. 사촌 형이 새로운 게임을 하고 있으면 나도 하고 싶어서 옆에서 구경하고 물어보던 그때가 그립다. 리에로, 마운트앤블레이드, 롤, 문명.... 모두 사촌형의 영향이 있었다. 내가 프로그래머가 꿈이 된 것도 사실 사촌 형의 영향이 있다. 사실 사촌 형이 가끔 뭔가 엇나가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면 짜증 난다. 그래도 좀 믿고 의지했던 형인데, 무엇이 그렇게 만들었는지 궁금해진다. 차가운 봄과 따뜻한 봄 사이에 이 기간을 이제는 익숙해질 법도 했는데, 여전히 설레고 설렌다. 시험공부도 해야 하고, 곧 있을 더위에 대비해 에어컨 청소, 더러워진 이불도 세탁해야 하지만 오늘만은 이 기분 그대로 끝내고 싶다. 안 어울리는 신나는 노래를 틀고, 스피커는 베이스가 울릴 정도로 책상의 떨림이 느껴질 정도로 크게 틀어놓는다. 기타를 꺼내 들고, 줄도 한 번씩 튕겨본다. 두서없는 이 글도 슬슬 끝맺을 차례인데 도저히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

     

    포근하게 감싸주는 공기와 비릿한 비료의 냄새를 필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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