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RACEN's Blog
  • 빛의 유하(사이버펑크:엣지러너)
    2024년 12월 08일 14시 37분 44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RACENI

    남들한테 말하지 안 했던 것을 말해버리고, 수많은 질문은 뒤로 한 채 기다림만이 존재합니다. 답하지 못한 질문이 두 사람 사이에 쌓이고 그것은 곧 그들의 거리가 됩니다. 그렇게 엇나가지만 결국 마지막 한 순간에 서로의 달과 억제제가 됩니다. 우리 사이의 질문이 얼마나 두터워졌는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수많은 벽이 몇마디의 대화로 소멸됩니다. "함께 달에 가지 못해 미안해." 데이비드가 죽지 않으면 좋겠다고 내내 말하는 루시에게 달은 데이비드라는 점을 미루어보면 이제는 영영 가지 못하는 달이 된 점에서 엄청한 허무가 쓸려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떠난 달 여행에서 루시는 엄청난 적막과 햇빛 아래 데이비드의 환상을 마주합니다. 그녀에게 데이비드는 빛나는 별이었음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 먹먹했습니다. 사실 1화부터 9화까지는 프롤로그이고, 10화가 시작이자 끝인 느낌입니다. 관계의 묘사를 너무 현실적으로 해놓아서 드는 이질감이 있어 뭔가 언짢았는데, 그것들이 10화에서 해소됩니다. 차가운 현실속에 따스함이라 더욱 빛나 보였던 것 같습니다. 전 이래서 디스토피아 작품이 좋습니다. 현실적인 전개와 현실적인 결말. 모두가 행복할 수는 없는 현실이 저를 위로해주는 것 같습니다. 비극에서 받는 위로가 그동안 참아왔던 눈물을 도출해주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투명감없이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데이비드는 순간적으로 사실을 잊고 꿈을 꾸게 해줍니다. "혹시..." 그렇게 짧은 마디의 꿈들도 점점 흐릿해져 갈 것이고, 결국은 소멸해버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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