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킬롤로지:별을 찾아서...2024년 11월 17일 00시 49분 33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RACENI
서론이 좀 길 것 같다. 먼저 연극 카테고리가 없어가지고, 공연 이런 걸로 해야 되나 했는데 갑자기 영화가 눈에 들어왔다. 여러 뜻이 있는 영화가 이런 것의 감상평을 쓸 때 맞는 것 같아서 영화로 카테고리를 선택했다. 연극은 이틀 전인 일요일에 봤지만(업로드 시점에서는 일주일이 지났네...), 지금껏 쓰지 않은 이유는 내용 정리와 감정 정리 하는 데 시간이 좀 걸렸기 때문이다. 갑자기 죽어버린 아들이 살아나는 장면이 혼동스러웠지만, 지금은 나름 정리를 한 상태지만서도 잘 모르겠긴 하다. 사실 요즘 아빠에 대한 생각이 부쩍 많아졌다. 두 달의 인턴을 거치고, 다시 학교에 와서 공부를 하고, 이런저런 일을 겪고, 여러 사람을 만나면서 부모님도 이런 때가 있었겠지라는 생각이 문득문득 스친다. 어릴 때만 해도 완성된 사람이 짠하고 나타나서 엄마아빠가 된 줄 알았다. 그래서 아직도 내게 그들은 무엇보다 커 보인다. 근데 이제 내가 너무 많은 생각을 해버린 탓인 걸까. 가끔 은은히 비치는 그들의 흉터를 볼 때마다 그날 하루의 빛은 순식간에 사라진다. 아! 이 이야기는 "이런저런"에 적는 걸로 하고 다시 돌아오겠다. 하여튼 그래서 두 명의 대비되는 근데 사실은 어딘가 닮아있는 두 아빠의 얘기에 집중해서 본 것 같다.
아빠는 18개월후의 자식의 기억은 만들어낸다고 했었다. 그리고 자기 자식의 죽음이 담긴 영상을 보았다. 살아있는 아들은 아빠의 환상이 아니었을까. 마치 멜로가체질에서 은정이가 홍대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해 환상을 만들어낸 것처럼 말이다. PTSD의 일종이라고 생각한다. 심리에서 가장 중요한 건 방어기제 같다. 충격적인 일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은 사람에게 자기 자신에게 처방해 주는 약이라고 생각한다. 심리학에서는 그런 약을 병이라 칭하고, 극복하고 나아가기를 바란다. 이미 마음 깊숙이 뿌리내린 병을 어찌 고칠 수 있는가. 우리 모두는 환상을 가지고 살아간다고 믿고 있다. 그래서 사소한 것이라도 환상이 깨졌을 때 우리는 충격을 받고, 동굴로 들어가기까지 한다. 그리고 그들에게 처방된 약은 사실 환상이다.
별은 사랑을 상징하는 것만 같았다. 밝게 빛나지만, 끝내 잡을 수 없는 것. 그럼에도 별을 동경하며, 잡으려고 애쓰는 것이 인상깊었다. 사실 나는 사랑은 오히려 태양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어딘지 모르지만 항상 뜨겁게 타다가 지구의 돌아버림에 의해 보이지 않는 것. 보이지 않음에도 항상 뜨겁게 타고 있는 것. 그러다가 다시 태양이 떠오르는 것. 별처럼 그렇게까지 멀지는 않은데, 다가설 수 없는 그런 것이라 생각한다. 서로의 분노, 눈물을 함께 하는 것이 진정한 사랑 같다. 사회생활에서 행복은 누구에게나 말할 수 있지만, 슬픈 일이나, 화나는 일은 선뜻 말하기가 어렵고 말할 수 없는 환경이다. 그렇기에 사랑으로 맺어진 사람과는 모든 감정을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고단했던 하루 끝에 함께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있는 것은 엄청난 행운 같다.
전체적으로 정신없이 흘러갔고, 오랜만에 엄청난 감정소모를 했었다. 아마 영화 너의 결혼식을 본 이후 처음으로 다시 느껴보는 느낌이었다. 내용 자체는 잘 정리가 안 되었지만,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이 쓰나미처럼 덮쳤다. 표현이 서투른 아빠가 생각났고, 항상 모질게 대했지만 사실은 누구보다 응원하고 있는 우리 동생이 생각났고, 학창 시절 엇나가고 있는 나를 잡아준 엄마가 생각났다. 살이 파일정도로 손가락을 눌렀지만, 눈 사이로 흘러나오는 눈물을 막을 수 없었다. 미안함, 고마움, 두려움... 감정의 파노라마가 너무 빠르게 그리고 반복되어서 나타났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런 감정 속에서도 굳건히 버틸 수 있는 게 사랑이라고 말해주는 느낌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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