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ING/그냥 이런저런

그래도 이 글의 끝은 희망차죠?

RACENI 2025. 4. 12. 03:43

즐거움과 공허함은 한 쌍의 감정 같다. 한없이 신나는 시간의 끝에는 공허의 시간이 기다리고 있다. 정리되지 않은 마음으로 글을 쓰기 시작하는 것이 좋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음에도, 어릴 적부터의 습관적 글쓰기는 누구도 막을 수 없다. 항상 정리되지 않은 상태이기에 감정이 극에 가 있다. 최고의 상태거나 최악의 상태거나. 물론 지금은 후자에 가깝다. 시험이 2주도 채 남지 않았다. 정처기 실기도 있으며, 중간고사도 있다. 캡스톤디자인과 졸업작품도 해야 하고, 감정 학습(?)도 해야 한다. 동아리도 나가야 하고, 삭제해 버리고픈 모든 연락 수단을 제때제때 확인해야 한다. 새벽쯤에는 수영도 나가야 한다. 사실 모든 게 하고 싶어서(연락은 진심이긴 하지만) 하고 있는 거긴 하지만, 이렇게 때때로 짐이 되어 다가올 때가 있다. 오늘처럼 재밌게 저녁 먹고, 새벽까지 노는 날에는 그 감정이 더욱 심화된다. 천천히 전신 거울에 기대어 본다. 그러면 내가 나를 받쳐줄 수 있다. 왜 요즘은 놓아버리고 싶다는 생각하는 주기가 짧아진 것일까? 지금 있는 여러 목표 너머에 존재하는 가치가 없기 때문인 것 같긴 한데... 왜 우리는 죽음이라는 단어를 만들어서 가치를 부여하려고 하는 것인가. 반대로 내게 죽음은 가치 소멸의 지름길인데. 육체와 정신이 모두 휘발될 텐데 무엇 때문에 이렇게 무한 경쟁 속에 갇혀 살고 있는 것인가. 질문은 참 열심히 하는 것 같다. 결국 또 살아갈 거면서, 사실 이것도 다 부질없는 짓이라고 말하면 반박할 여지는 고함밖에 없다. 이렇게 무한한 공허의 시간이 끝나면 무엇이 남을까. 새로운 즐거움의 시작인 건가. 아무리 돌고 도는 게 세상사이고 인생이라지만, 감정만은 정착할 곳이 필요하다고 느낀다. 뭐 이 생각의 연장선으로 결혼하는 게 아닌가 싶다.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하면 자신의 뇌에서 그 사람이 타인이 아니라 '나'라고 인식이 된다고 하는 것을 보았다. 이 말의 검증을 위해 논문을 좀 찾아보려다가 그냥 괜찮은 문장은 어느 정도 속아 넘어가주자는 심정으로 기억하고 있는 것이긴 하다. 그래서 저 말이 심리학적으로 검증이 되거나 실험이 된 것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사실이라면 참 신기한 것 같다.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의 모든 행동과 말들이 납득이 된다. 뿐만 아니라 내가 하는 행동의 기제도 설명이 가능해진다. 또 다른 '나'를 찾는 것은 항상 설레는 일인 것 같다. 의식도 못한 채로 나에게 날아와 그게 내가 되는 것이니까.